본문 바로가기

phrase

이정하, 너를 보내고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툭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 줄기 눈물이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 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픈 영혼의 입자들이


이정하, 너를 보내고


'phra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주,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0) 2016.07.21
이은규, 속눈썹의 효능  (0) 2016.07.21
강현욱, 고백  (0) 2016.06.20
허연, 칠월  (0) 2016.06.20
서덕준, 멍  (0)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