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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등장인물 결말이 따뜻한 한 편의 소설 속너와 내가 주인공이길 바랐지만너의 행복과 슬픔, 그리고 일생을 읽는 동안나는 등장하지 않았고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지문에 눈물만 묻혀가며말없이 페이지를 넘길 뿐이었다소설 속 나의 이름은 고작'너를 앓으며 사랑했던 소년1' 이였다 서덕준, 등장인물 더보기
이영광, 사랑의 미안 네 울음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는소용돌이치는 불길에 몸 적실 의향이 있지만 이영광, 사랑의 미안 더보기
박상수, 소울 메이트 나를 못 본 척 고개 돌려도 괜찮아 난 아직 껴안는 법을 모르고 볼을 부비는 인사를 하지 못하지 펜던트 나눠 가지는 것을 싫어하지 생효모가 가득한 우유를 마시고 여길 빠져나가고 싶어 네가 없는 나라의 천재 소녀가 되고 싶고 다리가 길어지고 싶고, 눈을 감아 너를 간직하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아무도 모르게 명랑해질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우리 서로를 지켜보기로 했지 끝까지 친구로 남기로 했지, 수분을 모두 빨아들여 건강해지자. 박상수, 소울 메이트 더보기
김하늘, 안단티노 너는 늘 오늘을 말했지만그건 언제나 어제였지가여워라, 오늘이라고 말해줄게네가 어제의 사람이라도 괜찮아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너 뿐이어도 괜찮아괜찮은 게 많아질수록우리는 더 먼 기억에서 기생해형광색 다족류 벌레처럼​언 가슴으로 너를 사랑하기 10초 전,나는 내 멘탈이 싸구려였단 걸 알았지​이어폰을 배꼽에 꽂고알몸으로 허밍하고 울먹이고 습도가 높아지고멀어지고 곁을 내주고 손을 뿌리치고키스해,이해 같은 거 없이동의 같은 거 없이​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너의 오늘일까​미처 어제를 다 살지도 못했는데나는 어제를 오늘이라고 믿고어제가 오늘이어도 되는 네가 있으니까내 의식을 모두 어제로 끌어 모으고​괜찮아,다 괜찮아지기 위한 진통 같은 걸 거야월경처럼 어제를 뱉어내도 돼​라고,​내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네가 있다면나는.. 더보기
인공위성 Y, 서덕준 네 동공의 궤도를 돌고 있는 나는너를 추종하는 위성이야 네의 살갗을 맴돌 뿐인데내 마음에선 왜 꽃덤불이 여울져?네 앞에서는 나는 왜 언어를 잃어버려? 네가 공전하는 소리는 나를 취하게 해아득하게 해 나는 허파를 잃어버리지이렇게 너의 숨소리는 참으로 달콤한 환청이야 이봐, 보고 있다면 나를 좀 구해 줘네게 한 걸음 못 가 헐떡이는 너의 위성을 인공위성 Y, 서덕준 더보기
멍게 뒷맛 中, 천운영 당신은 아름답다. 그것이 내가 당신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였다.당신 얼굴을 보면 나는 화가 치민다. 슬픔이 한 번도 침범한 적 없는 듯한 당신의 얼굴은 내게 어떤 적의를 불러일으킨다.당신에게는 꽃의 시기만이 존재했다.잎이 지고 열매가 맺혀 씨가 되는 과정을 몰랐다. 당신은 만개한 꽃이었다. 겨우 알아차릴 정도의 몸짓만으로도 당신은 활짝 피어났다.어깨를 조금만 비틀어도, 보조개를 패며 살짝 웃기만 해도 당신은 만개한 꽃이 되었다. 당신은 행복할 줄밖에 모르는 여자였다.당신 얼굴에는 언제나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정만 있을 뿐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모욕을 줘도 동요하지 않았다.당신에게 내뱉어진 욕설조차 당신은 다른 언어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멍게 뒷맛 中, 천운영 더보기
마음사전 호감에 관하여, 김소연 착시 당신을 착시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아름답다. 노을이 아름답게 타오르는 것이 우리 눈의 착시이듯이,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이 허상인 줄 알면서도 나는 믿는다. 노을을 믿듯이. 권태 '외로움'과 '쓸쓸함'의 끝자락에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지만, 권태는 그렇지 않다. 고독하게 파먹히고 있으면서도 파먹히는 제 살을, 대안 없이 게으르게 바라볼 때가 '권태'의 상태다. 아무것도 진단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권태는 늘 만만한 상태에서 지속되고 발전된다. 권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일은 천장을 응시하며 벽지의 연속된 무늬를 하나하나 세는 것이다. 외로움이나 쓸쓸함에 있는 통증조차 권태에는 없다. 괴로운 상황이 괴롭지 않게 여겨진다는 그 점 때문에 권태는 조금 더 위험하다... 더보기
김행숙, 인간의시간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물결처럼 우리는 깊고 부서지기 쉬운 시간은 언제나 한가운데처럼 김행숙, 인간의시간 더보기
구현우, 드라이플라워 백야 속에서 네가 반쯤 웃고 있었다 매혹적인 이미지 외설적인 향기 몽환적인 목소리 너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아주 잠깐 너를 꽉 안아주었다 그것은 치사량의 사랑이었다 나는 네가 아름다운 채 살아 있길 바란 적은 없었으나 아름다웠던 채 죽기를 바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구현우, 드라이플라워 더보기
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 자두가 열렸다 자두나무니까 자두와 자두나무 사이에는 가느다란 꼭지가 있다 가장 연약하게 처음부터 가는 금을 그어놓고 두 개의 세계는 분리를 기다린다 이것이 최고의 완성이라는 듯이난 말이지 정신적인 사랑, 이런 말 안 믿어다행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카페 루이제에서 자두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오는 동안 혼자 흐릿하게 떨리는 게 순수한 사랑이라고 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시시각각 자두가 붉어지고 멀어지고 노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거다최고의 선은 각자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 그러나 가끔 이상하게 멈춘 채 돌아보게 된다자두나무는 자두를 열심히 사랑하여 익히고 떨어뜨리고 나는 사랑을 붉히고 보내야 한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망설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