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나 나는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다.조만간 다시 보자는 말은 했지만 같이 여행을 가자고 말하기엔 이르다.창문을 좋아한다고 말해서 나도 그게 좋다고 말했다.저녁을 좋아한다고 말하니 그녀도 저녁이 좋다고 말했다.슬픔을 아는 사람 같았다.슬픔을 아는 사람에게선 마치 비 온 뒤에 한 차례씩 부는 바람에 실려 있을 법한 비릿한 냄새가 닥쳐와서이런 저런 감정을 섞어놓게 한다.만나고 헤어지고 난 뒤에도 한동안 길을 서성이게 한다. 길을 가다가 알았다.아무것도 아닌 길에서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검고 낮은 돌들이 화단과 보도를 나누고 있었고그 검은 돌 위에 벚꽃이 내려와 단단히 붙어 있는 밤이었다. 무엇을 좋아해야 할까.사람을 좋아해야 할까.지금 어느 한 사람을 좋아하.. 더보기 이영광, 나무는간다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이영광, 나무는간다 더보기 정재학, 모노포니 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 속에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이 발명품에는 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다만 꼭 다만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었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호텔 건너편 발코니에는 빨래가 노을을 흠뻑 머금고 붉은 종잇장처럼 흔들리고 르누아르를 흉내 낸 그림 속에는 소녀가 발레복을 입고 백합처럼 죽어가는데 호텔 앞에는 병이 들고도 꽃을 피우는 장미가 서 있으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장미의 몸에 든 병의 향기가 저녁의 공기를 앓게 하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자연을 과거시제로 노래하고 당신을 미래시제로 잠재우며 이곳까지 왔네.이국의 호텔에 방을 정하고 밤새 꾼 꿈속에서 잃어버린 얼굴을 낯선 침대에 눕힌다.그리고 얼굴 안에 켜지는 .. 더보기 허수경, 이국의 호텔 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 속에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이 발명품에는 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다만 꼭 다만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었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호텔 건너편 발코니에는 빨래가 노을을 흠뻑 머금고 붉은 종잇장처럼 흔들리고 르누아르를 흉내 낸 그림 속에는 소녀가 발레복을 입고 백합처럼 죽어가는데 호텔 앞에는 병이 들고도 꽃을 피우는 장미가 서 있으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장미의 몸에 든 병의 향기가 저녁의 공기를 앓게 하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자연을 과거시제로 노래하고 당신을 미래시제로 잠재우며 이곳까지 왔네.이국의 호텔에 방을 정하고 밤새 꾼 꿈속에서 잃어버린 얼굴을 낯선 침대에 눕힌다.그리고 얼굴 안에 켜지는 .. 더보기 김지녀, 잃어버린 천장 너는 나를 습득했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나에게 이름을 붙여 주곤 그리워했다. 그때마다 나는 흑판처럼 어두워졌다 입을 틀어막고 공손해졌다 너는 오늘 천장, 이라고 적는다 천장을 보세요 굳은살을 만지는 것처럼 딱딱한 바닥이 펼쳐져 있어요 손을 대보면 아주 고요한 안개의 깊이가 느껴져요손바닥엔 어떤 그늘이 축축하게 묻어났는데그 그늘 속에서 나는 몇 번이나 죽은 이름들을 만나 인사를 했어요천장을 걷는 사람들에게 몽실몽실 피어난 곰팡이가나에게로 날아와 번지고 철자 하나 잘못 쓰인 글자처럼나는 쓱쓱 지워지고 받침 없이 끝이 없이 펼쳐지고 그러나 말더듬이의 첫 음처럼 천장은 시작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리듬이 끊긴 계절이 새벽을 밟고 오는 밤 나는 자음을 잃고 오늘과 그림자를 잃고 갑남을녀 사이에서 갑이어도 .. 더보기 김경주,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한 번은 쓰다듬고한 번은 쓸려 간다 검은 모래 해변에 쓸려 온 흰 고래 내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지갑엔 고래의 향유가 흘러 있고내가 지닌 가장 오래된 표정은 아무도 없는 해변의 녹슨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씹어 먹던 사과의 맛 방 안에 누워 그대가 내 머리칼들을 쓸어내려 주면손가락 사이로 파도 소리가 난다 나는 그대의 손바닥에 가라앉는 고래의 표정, 숨 쉬는 법을 처음 배우는 머리카락들, 해변에 누워 있는데 내가 지닌 가장 쓸쓸한 지갑에서 부드러운 고래 두 마리 흘러나온다 감은 눈이 감은 눈으로 와 서로의 눈을 비빈다 서로의 해안을 열고 들어가 물거품을 일으킨다 어떤 적요는누군가의 음모마저도 사랑하고 싶다그 깊은 음모에도 내 입술은 닿아 있어이번 생은 머리칼을 지갑에 나누어 가지지만마중 나가는 일에는질식하.. 더보기 이은규, 속눈썹의 효능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당신이라는 호칭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속눈썹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건네준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온 곳을 모르므로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마음일 때깜박임의 습관을 잊고 초승달로 누운 지난 봄을 펼치면 주문 같은 단어에 밑줄이 있고이미 증오인 새봄을 펼쳐도 속눈썹 하나 누워 있을뿐책장을 넘기는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은출처 모를 기억만 떠나는 방법을 잊었다 아지랑이의 착란을 걷다눈에 든 꽃가루를 호- 하고 불어주던 당신의 입김후두둑, 떨어지던 단추 그리고 한 잎의 속눈썹언제 헤어진 줄 모르는 것들에게는 수소문이 없다벌써 늦게 알았거나 이미 일찍 몰랐으므로 혼자의 꽃놀이에 다래끼를.. 더보기 이정하, 너를 보내고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툭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 줄기 눈물이었다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찻잔은 식은 지 이미 오래였지만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내 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내 슬픈 영혼의 입자들이 이정하, 너를 보내고 더보기 강현욱, 고백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 그러니까 평생 나를 만나 행복해 강현욱, 고백 더보기 허연, 칠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 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 칠월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