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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멍 맑은 하늘이 서서히 잿빛 구름으로 멍드는 걸 보니 그는 마음이 울적해진다고 했다 하늘은 흐리다가도 개면 그만이건만 온통 너로 멍든 내 하늘은 울적하단 말로 표현이 되려나 서덕준, 멍 더보기
황병승, 눈보라 속을 날아서(하) 당신의 목소리는 참 이상하다 당신의 목소리는 자꾸만 나를 머뭇거리게 하지 황병승, 눈보라 속을 날아서(하) 中 더보기
홍성란, 추신 당신이 나를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다만 보이니까 바라본 것일지라도 나는 꼭 당신이 불러야 할 이름이었잖아요 홍성란, 추신 더보기
박시하, 슬픔의 가능성 모든 버스를 그냥 보내버리려고 정류장에 선 사람처럼 나는 웃는다 슬픔이 가능하지 않다면 어떤 건너편이 가능할까? 저편이 이편이 되려면 얼마나 오래 돌아가야 하는 걸까? 우리가 농담마저 망각한다면 이 슬픔의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네가 버스에서 내릴 때 나는 마침내 등대를 잃은 사람이 된다 건널 수 없는 건너편으로 하얗게 손을 흔들며 별의 말들이 사라진다 박시하, 슬픔의 가능성 中 더보기
박소유, 울음그물 울음도 저리 쌓아 두면 쓰일 데가 있을까 방충망에 붙어있던 매미 한 마리가 길게 울기 시작한다 그게 무슨 신호였나 왁자하게 몰려드는 매울음 사방팔방 쳐 놓은 울음그물이 점점 더 촘촘해진다 고가 크레인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서서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뭐라고, 뭐라고, 고함을 치던 그 남자 오래 잊고 있었는데 그것도 울음이었다 어디나 품은 있게 마련이어서 울음은 울음 속에 묻을 수 밖에 없다 온통 울음으로 세상천지가 먹먹해지는 동안 나도 지금 울음을 견디는 중이다 박소유, 울음그물 中 더보기
이제니,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헤어질 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더 다정한 척을 세번도 넘게 했다 안녕 잘가요. 안녕 잘가요.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는 말들일 뿐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이제니,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中 더보기
이향, 사과 몸이 아프면 슬쩍 달라붙어 당신 손을 잡고 그 어깨에 기대 밥 한술 받아 먹고 싶다 사랑한다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을 못해 무슨 병에라도 옮아서는 곧 떨어져버릴 듯이 매달려 있고 싶다 이향, 사과 더보기
유희경, 너가 오면 도저히 보이질 않는 너라는 미로를 폭우 쏟아져 내리는 오후처럼 기다려 이를 깨물고 하얗게 질릴 때까지 꽉 물고 어떻게든 그러므로, 너로부터 기어이 너가 오고 유희경, 너가 오면 中 더보기
김혜순, 눈보라 네가 만들어 주었고 지금도 네가 만들어 쌓고 있는 내 마음 나 그 얇은 사랑 내 속에 쌓고 쌓아서 나 혼자 그만 깔려버렸나 봐 아무리 불을 꺼도 불이 꺼지지 않는 이렇게 환한 밤 바람 불어 네가 또 내 몸 위에 글 쓰러 오는 밤 나 너무 뜨겁고 너 너무 얇아 한 송이도 너를 안을 수 없는 밤 김혜순, 눈보라 中 더보기
성동혁, 1226456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나는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너에겐 특히나 그랬다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정적이 찾아올 때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던 게 생각난다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네가 두고 간 것들을 나만 보게 되었다 너를 뭐라 불러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