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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신, 회색 종이 바탕에 회색 종이 바탕에 회색 종이 오려 붙인 듯 저 꽃의 모양, 숲 속에 서 있는 조금씩 몸 흔들 때, 이마에 와서 닿는 안개 같은 숨결 어디가 아파야 네게 닿느냐고 묻고야 마는 김연신, 회색 종이 바탕에 더보기
정철훈, 견딜 수 없는 나날들 한 마음이 한 마음으로부터 지워지고 있네 해도 달도 저만치 멀어져가네 알고 있던 모든 것이 희미해지네 살았던 시간들이 뿌옇게 흐려지고 지난밤 울며 꾸었던 꿈이 기억나지 않네 흘러간 날들이 바다 속에 가라앉고 폭풍에 으깨진 하얀 거품만 미친 듯 떠도네 내가 나로부터 잊혀지고 있네 살아갈 날들이 우두둑 부러지고 있네 정철훈, 견딜 수 없는 나날들 더보기
강성은,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 우리는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데 우리는 잡은 두 손을 놓은 적이 없는데 호주머니 속에서 불안은 지느러미를 흔들며 헤엄쳐 다니고 그림자로 존재하는 식물들이 무서운 속도로 자라났다 우리 두 손은 검게 썩어 들어갔다 어째서 너의 손은 이토록 비릿하고 아름다운가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검은 피가 흘러나와 우리 발목까지 적실 때에도 우리는 이토록 생생한 봄을 상상했다 언젠가 우리는 각자 다른 계절을 따라 사라졌지만 호주머니 속에는 아직도 폐허의 공터에 날카로운 손톱으로 서로를 깊숙이 찌른 두 손이 펄펄 날리는 흰 눈을 맞고 서 있다 강성은,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 더보기
강윤후, 쓸쓸한 날에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하는 것 같기에 강윤후, 쓸쓸한 날에 더보기
정끝별, 발 봄엔 너도 피었고 나도 피었으나 서로에게 열리지 않았다 정끝별, 발 더보기
이정하, 아직 피어있습니까, 그 기억 북극에 가면 '희다'라는 뜻의 단어가 열일곱 개나 있다고 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온통 흰 것뿐인 세상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북극에 가서 살면 좋겠다 날고기만 먹더라도 그대와 나, 둘만 살았으면 좋겠다 '희다'와 '사랑한다'만 있는 그런 꿈의 세상에서 이정하, 아직 피어있습니까, 그 기억 더보기
정호승, 첫마음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떠도 눈 한번 뜰 수가 없네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정호승, 첫마음 더보기
안주철, 밤이 떨어질 때 위로해도 위로가 닿지 않는 너무나 짧은 생애 위로 밤이 떨어질 때 가시가 침묵할 때 안주철, 밤이 떨어질 때 中 더보기
이승희, 발바닥에 관하여, 내가 모르고 있는 멈출 수 없음으로 목매라는 일이 어려웠다고 늦은 고백을 하는 너를 나는 죽도록 사랑한다. 이승희, 발바닥에 관하여, 내가 모르고 있는 더보기
정영, 어떤 음들 당신의 눈동자는 왜 그리도 떨렸는지 왜 모든 게 불길로 타올랐는지 정영, 어떤 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