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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rase

박소유, 울음그물

울음도 저리 쌓아 두면 쓰일 데가 있을까
방충망에 붙어있던 매미 한 마리가 길게 울기 시작한다
그게 무슨 신호였나
왁자하게 몰려드는 매울음
사방팔방 쳐 놓은 울음그물이 점점 더 촘촘해진다

고가 크레인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서서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뭐라고, 뭐라고, 고함을 치던 그 남자
오래 잊고 있었는데 그것도 울음이었다

어디나 품은 있게 마련이어서
울음은 울음 속에 묻을 수 밖에 없다
온통 울음으로 세상천지가 먹먹해지는 동안
나도 지금 울음을 견디는 중이다

박소유, 울음그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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