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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rase

최승자, 삼십 삼 년 동안 두번째로

그에게 달려가 동정을 구한다

그 품에서 잠시만 쉬게 해달라고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 품에서
가볍게, 풍선에서 공기빠지듯
가볍게 죽게 해달라고

그는 못 들은 체하며 걷는다
나는 또 다시 그에게 동정을 구걸하고

이윽고 마지못해, 귀찮다는 듯
그가 나를 뒤돌아볼 때

그것은

짓뭉개져 버린 나의 얼굴

최승자, 삼십 삼 년 동안 두번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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